훅은 왜 걸리는가 — 기름과 마찰
곧게 굴린 공이 마지막에 휘어 들어가는 것을 훅이라 한다. 마술이 아니라 마찰이 구간마다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레인에는 기름이 발려 있다. 다만 전체가 아니라 앞쪽만이다. 보통 파울 라인에서 12~14m쯤까지 기름이 있고 그 뒤는 마른 바닥이다. 그래서 공은 한 레인에서 세 구간을 지난다. · 스키드 — 기름 위. 마찰이 거의 없어 공이 거의 미끄러진다. 옆회전이 걸려 있어도 방향이 잘 바뀌지 않는다. · 훅 — 기름이 끝나는 지점. 갑자기 마찰이 생기면서 회전이 바닥을 물고, 공이 회전 방향으로 휜다. · 롤 — 회전축이 진행 방향과 맞아떨어진 뒤. 더 휘지 않고 곧게 굴러 핀으로 들어간다. 그래서 훅을 만드는 것은 힘이 아니라 회전이다. 세게 굴릴수록 공이 기름 구간을 빨리 지나 마른 바닥에서 마찰을 받을 시간이 짧아지므로, 지나치게 세게 던지면 오히려 덜 휜다. 반대로 너무 느리면 기름 구간에서부터 휘기 시작해 핀 앞에서 힘을 다 쓴다. 손가락을 빼는 순간 공에 걸리는 옆회전의 양(회전수) 과 축의 방향이 훅의 크기를 정한다. 프로가 던진 공이 마지막 3~4m에서 급하게 꺾여 들어가는 것은 스키드 구간을 길게 쓰고 마찰 구간을 짧고 세게 쓰기 때문이다.
포켓 — 스트라이크는 1번 핀을 정면으로 맞히는 것이 아니다
스트라이크를 내려면 1번 핀과 3번 핀 사이(왼손잡이는 1번과 2번 사이)로 공이 들어가야 한다. 이 자리를 포켓이라 한다. 1번 핀을 정면으로 때리면 공이 가운데를 뚫고 지나가면서 좌우 뒷핀이 남는다. 유명한 7-10 스플릿(양쪽 끝 핀 두 개만 남는 것)이 바로 정면 충돌에서 잘 나온다. 열 개를 다 넘기는 힘은 공이 아니라 핀끼리의 충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포켓으로 들어간 공은 이런 연쇄를 만든다. · 공이 1번과 3번을 때린다 · 1번이 2번과 4번을, 3번이 6번과 5번을 쓰러뜨린다 · 5번이 8번을, 6번이 10번을 넘긴다 · 공 자신은 계속 굴러가며 5번 언저리를 지나 8번 자리 근처로 빠진다 즉 공이 직접 쓰러뜨리는 핀은 네 개 남짓이고 나머지는 핀이 핀을 넘긴다. 그래서 각도가 중요하다. 곧게 들어온 공보다 옆에서 비스듬히 들어온 공이 핀을 옆으로 퍼뜨려 연쇄를 잘 만든다. 훅을 거는 이유가 여기 있다 — 휘어 들어가면 포켓에 각을 세워 도달할 수 있다.
스페어는 힘이 아니라 조준이다 — 3-6-9
점수를 올리는 가장 빠른 길은 스트라이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스페어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스트라이크만 노리다 오픈 프레임이 섞이면 점수가 무너진다. 문제는 남은 핀이 매번 다른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그때마다 감으로 조준을 바꾸면 재현이 안 된다. 그래서 많이 쓰는 것이 3-6-9 시스템이다. 스트라이크를 칠 때 서던 자리에서, 남은 핀에 따라 발 위치를 보드 3장·6장·9장씩 옮기고 조준점(스팟)은 그대로 둔다. · 10번 핀(오른손잡이 기준 가장 먼 오른쪽) — 9장 · 6번 핀 — 6장 · 3번 핀 — 3장 왜 발만 옮기고 조준점은 그대로 두는가. 같은 스윙, 같은 스팟을 유지하면 공의 궤적 모양이 바뀌지 않는다. 시작 위치만 옆으로 밀리므로 궤적 전체가 평행 이동해 도착점이 예측 가능하게 옮겨 간다. 조준점까지 함께 바꾸면 각도가 달라져 훅이 걸리는 정도까지 달라진다. 레인 바닥의 화살표(스팟) 는 이래서 있다. 18m 떨어진 핀을 보고 조준하는 것보다 4.5m 앞의 화살표를 보고 던지는 편이 훨씬 정확하다. 볼링에서 눈은 핀이 아니라 스팟을 본다.
레인은 매번 다르다 — 오일 패턴과 트랜지션
같은 볼링장, 같은 공, 같은 폼인데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면 대개 기름 때문이다. 기름은 고르게 발리지 않는다. 가운데는 두껍게, 바깥쪽은 얇게 바르는 것이 보통이다. 이 배분을 오일 패턴이라 한다. 동네 볼링장이 쓰는 패턴(하우스 패턴)은 가운데가 미끄럽고 바깥이 잘 물어서, 공이 바깥으로 밀려도 마찰을 받아 다시 안으로 들어온다. 초보자에게 관대한 모양이다. 대회에서 쓰는 패턴은 좌우 차이를 줄여 이 도움을 없앤다. 그래서 같은 선수가 동네에서 200점을 치고 대회에서 150점을 친다. 기름은 경기 중에 움직인다. 공이 지나갈 때마다 기름이 묻어 앞쪽 기름이 뒤로 밀려 나간다(캐리다운). 게임이 진행될수록 앞은 마르고 뒤는 기름기가 생겨, 같은 자리로 던져도 공이 덜 휘거나 더 휜다. 이것을 트랜지션이라 한다. 그래서 볼링은 첫 공보다 여덟 번째 공에서 실력이 갈린다. 잘하는 사람은 프레임마다 결과를 읽고 발 위치를 한두 장씩 옮긴다. 공이 포켓보다 얇게 들어가기 시작하면 안쪽으로, 두껍게 들어가면 바깥으로. 볼링에서 "레인을 읽는다"는 말은 이 조정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