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

원문

유래

당구는 밖에서 하던 놀이를 안으로 들여온 데서 시작됐다. 15~16세기 유럽에는 잔디밭에서 막대로 공을 밀어 목표를 맞히는 놀이가 있었다. 크로케와 비슷한 계열이다. 날씨에 매이는 것이 불편했던 사람들이 그것을 실내 탁자 위로 옮겼고, 공이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탁자 가장자리에 턱을 둘렀다. 잔디를 흉내 내려고 초록 천을 깔았다. 지금 당구대가 초록인 이유가 그것이다. 초기에는 큐가 아니라 '메이스'라는, 끝이 넓적한 막대로 공을 밀었다. 공이 쿠션에 붙으면 넓적한 끝으로는 칠 수가 없어서 막대를 거꾸로 잡고 가는 쪽으로 쳤는데, 그쪽이 훨씬 정교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17세기에 큐(cue)가 따로 만들어진 경위다. 당구를 지금의 게임으로 만든 것은 19세기 초의 두 가지 발명이다. 큐 끝에 붙이는 가죽 팁, 그리고 미끄러짐을 막는 초크. 이 둘이 생기기 전에는 공의 중심만 겨우 밀 수 있었고, 중심을 벗어나 치면 큐가 미끄러졌다. 가죽 팁과 초크가 중심에서 벗어난 지점을 때릴 수 있게 만들었고, 그 순간 회전이 게임에 들어왔다. 오늘날 당구의 거의 모든 기술이 이 발명 이후의 것이다. 이후 당구는 두 갈래로 갈린다. 포켓이 없는 대에서 공을 맞혀 점수를 내는 캐롬, 그리고 공을 구멍에 넣는 포켓 게임(포켓볼·스누커). 이 사이트가 다루는 4구와 3쿠션은 둘 다 캐롬이다. 한국에는 20세기 초에 들어왔고, 1920년대에는 서울에 당구장이 있었다. 오래도록 가장 대중적인 종목은 4구였다. 규칙이 단순하고 초보자도 금방 한 점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제 경기 종목은 3쿠션이며, 한국은 이 종목의 강국이다. 2019년에는 프로 리그가 출범해 3쿠션이 관전 스포츠로도 자리를 잡았다. 당구가 '어른들의 실내 놀이'에서 스포츠로 넘어온 지는 생각보다 오래되지 않았다. 그 전환을 만든 것은 점수 체계도 대회도 아니고, 실은 가죽 팁 하나였다.

규칙

당구는 종목이 여럿이다. 여기서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치는 4구와 국제 경기 종목인 3쿠션을 다룬다. 둘 다 포켓이 없는 캐롬이다. 【대와 공】 포켓이 없는 사각 탁자에 네 면 모두 쿠션이 둘러 있다. 바닥은 돌판 위에 라사라는 천을 씌운다. 공은 상아 대신 합성수지로 만들며, 종목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 3쿠션은 큰 대(대대)에서 지름 61.5mm 공을, 4구는 그보다 작은 대(중대)에서 65.5mm 공을 주로 쓴다. 대가 크고 공이 작을수록 길게 굴러야 하므로 3쿠션이 더 어렵다. 【4구】 흰 공과 노란 공이 각 선수의 수구(자기가 치는 공)이고, 빨간 공 두 개가 적구다. · 수구로 빨간 공 두 개를 모두 맞히면 1점. 계속 친다. · 한 개만 맞히거나 하나도 못 맞히면 그대로 차례가 넘어간다. · 상대 수구를 맞히면 벌점이다. 규칙에 따라 1점을 잃거나 그대로 차례가 넘어간다. 정해진 점수(흔히 30점·50점 등 실력에 맞춘 '다마수')를 먼저 채우면 이긴다. 【3쿠션】 수구 하나와 목적구 두 개(상대 수구와 빨간 공)를 쓴다. · 수구가 목적구 둘 다 맞혀야 하고, · 두 번째 목적구에 닿기 전에 쿠션을 3회 이상 맞혀야 한다. 이 조건을 함께 만족해야 1점이다. 쿠션을 세 번 치고 한 공만 맞히면 점수가 아니고, 두 공을 다 맞혀도 쿠션이 두 번이면 점수가 아니다. 한 점을 내면 계속 친다. 규칙이 이렇게 생긴 덕분에 3쿠션에서는 공을 직접 겨누지 않는다. 쿠션을 먼저 보고 경로를 그린 다음, 그 경로가 목적구를 지나가게 만든다. 3쿠션을 '기하학'이라 부르는 이유다. 【공통 반칙】 · 큐 팁이 수구에 두 번 닿는 것(더블 히트) · 밀어치기 — 팁이 공에 붙은 채로 밀고 가는 것 · 공이 대 밖으로 나가는 것 · 손·옷·큐가 다른 공을 건드리는 것 · 양발이 모두 바닥에서 떨어지는 것 【점수를 세는 말】 한 번 잡았을 때 연속으로 낸 점수를 하이런, 총점을 친 이닝 수로 나눈 값을 애버리지라고 한다. 3쿠션에서 애버리지 1.000은 한 이닝에 평균 한 점이라는 뜻이고, 상당한 수준이다.

예절

당구장의 예절은 대부분 '상대의 차례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한 가지에서 나온다. 상대가 자세를 잡고 있을 때는 움직이지 않는다. 시야에 들어가는 자리에 서지 않고, 대 주변을 걷지 않으며, 말을 걸지 않는다. 당구는 큐를 내미는 순간의 정지가 전부인 경기라서, 시야 끝의 움직임 하나가 샷을 망친다. 대 위에 앉거나 기대지 않는다. 라사는 얇고 습기와 기름에 약해서, 손을 짚는 것만으로도 자국이 남는다. 음료를 대 근처에 두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초크는 칠한 뒤 제자리에 둔다. 칠할 때는 대 위가 아니라 옆에서 한다 — 초크 가루가 라사에 떨어지면 공이 지나갈 때 튄다. 자기 점수는 자기가 부르지 않는다. 점수 계산이 애매하면 멈추고 함께 확인한다. 특히 3쿠션에서 쿠션 수가 애매한 경우가 자주 생기는데, 그때 '됐다'고 우기지 않는 것이 이 종목의 오래된 예절이다. 한 판이 끝나면 큐를 세워 두고 상대와 인사한다. 진 쪽이 공을 정리한다는 관습이 있는 곳도 있지만, 어디서나 통하는 규칙은 아니다.